2012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성과 보고회
2012년 시민이 제안한 142건 416억 중, 109건 222억원 반영
지난 1월28일 천안시청 중회의실에서는 2012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성과보고회가 열렸다.
주민참여예산제.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참여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제도로 지난해 처음 시행되면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1월28일 천안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2012 운영성과보고회는 20여 명의 위원들만이 참석해 천안시가 분석한 자료를 보고받고 각자가 느낀 소회와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로 조촐하게 마감됐다.
설문조사, 지역회의를 포함해 수천명의 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실제 어느 정도 예산반영까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 평가회가 갖는 ‘피드백’의 의미는 다소 간과됐다는 비판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위원들은 ▷구성과 운영, 추진과정 상의 문제점 ▷성과에 대한 검토 등과 관련한 나름의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2013년 서로의 분발을 독려했다.
천안시, ‘시민제안의 76.8%를 본 예산에 반영했다’
천안시는 이날 보고회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2012년 운영된 주민참여예산의 성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천안시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와 위원회에서 요구한 142건의 요구사업 중 109건 222억원이 2013년 본 예산에 편성반영돼 건수 기준 76.8%가 반영됐다.
위원회별로는 ▷자치행정분과가 6건 109억2200만원을 요구해 4건 70억8600만원을 반영시켰고 ▷복지분과가 10건 69억6800만원의 사업을 제안해 8건 38억6000만원의 사업을 ▷산업환경분과가 10건 66억5400만원의 사업을 제안해 5건 42억5500만원의 사업을 ▷건설도시분과가 10건 138억2800만원의 예산을 요구해 9건 50억34000만원의 예산을 반영시켰다.
지역회의에서도 106건 32억4500만원의 사업을 요구해 83건 19억9600만원의 사업이 본 예산에 반영됐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제시된 수치보다 성과보고회의 형식과 내용을 파고 들었다.
장기수 천안시의원은 “평가를 잘 해야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전까지 기대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2012년 주민참여예산제는 시민사회와 행정이 서로 충돌하는 모양새였다. 시너지를 발산했다기보다 따로국밥 1년의 시간이었다. 시민들이 보기에 당연이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을 텐데 이런 것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평가도 시민들과 공유했어야 한다. 반영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제안한 모든 이들에게 정확히 피드백하지 않으면 매년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 되는지 알려주어야 시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이런 평가도 행정이 주도해서 하는게 아니라 초안만 내놓고 지원단 등에서 분석해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안시 기획예산과 오재일 씨는 “발표한 보고서는 평가자료가 아니라 2012년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하면서 내외부에서 들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보고회도 물론 다 모여서 하는 게 좋겠지만 난상토론이 우려돼 효율성을 고려해 위원들을 초청했다. 일단 조례제정과 운영까지 전 과정을 함께했던 지원단, 시의회·의원 추천인, 지역회의와 위원회를 겸직한 사람, 시민단체 추천자 등 여러 분과에서 관심이 높고 열정적으로 참여한 분들을 균형적으로 모시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 위원은 토론회가 끝나고 “적어도 주민참여예산위원총회의 규모 이상으로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이들이 모여, 제안사업의 반영 여부와 이에 대한 설명, 향후 의견교환 및 대안 고민 등이 필요했다. 2013년에도 시행되는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천안시의 소극적인 자세와 관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 아닌가”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예산우선순위결정, 모바일 투표도 가능하게!’
주민참여예산제의 추진과정에 대한 평가와 질책도 이어졌다.
이상희 위원은 “일정이 촉박하다 보니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의결기구인 100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조차 교육이 없었다. 4개분과 위원회의 분과별 심화도 당연히 이뤄지지 못했다. 적어도 3월부터는 홍보 및 모집, 조직화가 시작돼야 한다. 분과위도 1번 만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너무 무리가 있다. 현장 방문도 하고 내용도 충실히 챙겨 내실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재신 위원은 “주민참여예산제의 전 과정에서 세대간, 계층간 형평성이 고려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업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만이라도 모바일투표나 거리투표, 여론조사 등을 해서 다양하고 풍부한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시도를 천안시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희 위원도 이에 대해 “서울 은평구 같은 경우 스마트 폰으로 정책우선 순위를 결정하더라. 그 사례로 대통령상까지 받았다고 들었다. 올해 700만원의 예산을 썼다는데 1만1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천안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힘을 보탰다.
장기수 위원은 “의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하다보니 안타까운 것이 어차피 해야 할 일 들, 예산이 짜여져 있던 사업들이 제안으로 올라오더라. 시민들이 본인이 제안한 사업이 기존사업인지, 제안이 반영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초창기에는 주민참여예산제와 관련한 예산을 아예 따로 수립하는 ‘실링제’를 도입해 보는 것도 활성화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획예산과장은 “주민참여예산제 반영률이 78.6%인데 이중에는 사유지에다 공원·체육시설을 해 달라는 등 법적요건을 못 갖춰 반영되지 못한 것도 꽤 된다. 운영과정에서 사업관장 부서와 의견을 충분히 나눈 뒤, 안이 제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현 위원은 “지역회의는 위원회보다 상대적으로 관심과 열정이 적은 편이다. 외부강사를 초빙해 주민참여예산제와 관련한 역할, 임무 등을 교육하고 논의의 시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 주민참여예산 운영계획에 대한 제언
권은정 위원은 “위원회 임기가 2년인데 결원에 대한 보충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또 홍보가 문제인데 학교에서 오는 가정통신문은 부모님들이 무척 유심히 살핀다. 가정통신문을 이용하거나 지역신문과의 공동캠페인 등을 추진하는 등 홍보방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희 위원은 “시 정책을 보기 쉽게 정리해 홈페이지 주민예산방에 올리기만 해도 중복제안이 꽤 줄어들 것으로 본다. 또 주민제안예산을 그대로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적절한가, 법적 하자는 없는가, 예산은 얼마가 적정한가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장호 지원단장은 “현재 운영조례는 있지만 규칙이 없다.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 예산위원회의 구성에도 전문가의 참여를 적극 유도했으면 좋겠다. 또 예산위원회 조례 중, 위원의 자격이 규정돼 있지 않다. 그 외에도 조례의 법적, 제도적 완성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한 천안시의원은 “주민참여예산제 원년이라는 기대가 컸었지만 그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 특히 주민참여예산지원단이 지원 실무보다는 추인기구, 의결기구의 역할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례제정당시의 의도대로 지원단 본연의 기능을 회복,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간·교육·제도정비 +지자체의 의지
이날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위원들은 공통적으로 ▷시간 ▷교육 ▷제도정비의 3가지를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를 해야 중복제안, 법적요건 불충분으로 인한 불채택 등의 오류를 방지할 수 있고 지역회의부터 위원회까지 교육을 통해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정책과 민원을 구분하고 적절하게 제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지역회의, 분과위원회, 총회가 각각의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할과 위상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제도적인 보완, 시민들의 참여와 더불어 기본적으로 ‘지자체의 의지’ 또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주민참여예산제에 참여할 사람들이 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계획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좀 더 개방될 필요가 있다는 것. 여기에는 시의 주요업무 실천계획에서부터 시장의 공약이행상황의 수준까지 포함된다. 정보가 많아지고 예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시민들의 관심 또한 당연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주민참여예산제는 우선 일정상에서 전년보다는 많이 앞당겨 추진될 예정이다.
2월25일을 전후해 주민참여예산지원단 회의가 열릴 예정이고, 이를 토대로 3월에 시행규칙제정, 운영계획 등이 공고될 예정이다. 또 올해 처음 시도하는 예산학교가 4월에 시작해 4번이 예정돼 있고, 지역회의는 5월부터 구성을 시작하며, 특화사업으로 추진할 청소년예산제안은 7월 정도에 추진된다.
2013년 주민참여예산은 어떤 모습으로 추진될지 원년이었던 2012년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능성은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