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의 근본적인 문제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이 내놓은 변액연금보험의 수익률 자료를 토대로, 생명보험업계와 금융소비자연맹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변액연금보험 60개 가운데 54개의 수익률이 지난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자료를 들여다보면 2002년에서 2011년까지 10년 동안 평균 물가상승률 3.19%를 웃돈 상품은 전체 상품가운데 여섯개뿐이고 보험설계사를 통해 판매된 44개 상품 중에는 네개만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았다.
수익률 최고인 상품은 연환산 수익률 4.06%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회사들의 이익단체인 생명보험협회는 수익률 산정방식에 있어서 보험료 총액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수익률은 펀드 설정일, 운용기간 등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수익률 산정방식은 10년 동안 월 20만원씩 2,400만원을 보험료로 내는 경우를 가정해 10년 동안 수익률을 계산한 뒤 이를 연 수익률로 환산한 것인데 이는 생명보험사들의 ‘보험상품 비교 공시기준’에 적용하는 방식이라 문제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자료에서 수익률 1위였던 상품을 생명보험협회가 기준으로 수익률 계산을 하면 앞서 말한 수익률 최고인 상품은 연환산 수익률이 6.64%가 나온다. 물론 차이가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공방의 본질을 아는 게 수익률 산정방식의 문제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이 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보험가입자가 변액보험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곳도 없었고 더 근본적으로 변액보험의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조차 없었다. 보험설계사나 은행의 보험상품 상담원들이 펀드와 유사한 투자 상품이라고만 설명을 하고 판매했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강의와 상담을 통해 만난 대부분의 보험가입자들은 변액보험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펀드인데 보험회사에서 만든 상품’정도 라고 알고 있었고 비용이나 수수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전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좋을 때만 해도 이 상품은 문제가 없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변액보험 자체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었다. 모든 펀드들과 변액보험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실제 투자수익률이 높게 나오지 않자 많은 가입자들이 상품을 해약하려 했고, 그때서야 변액보험이 펀드와 다른 탁월한 운용능력을 가진 게 아니라 단지 보험상품의 변형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단지 금융소비자들에게 변액보험의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자 한 것일 뿐 수익률 산정방식은 부차적인 문제인 것이다.
변액보험이 펀드상품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과다한 사업비인데,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 10일 연 4%수익률로 가정해 변액연금보험 상품 62개의 해지환급금 비율(40살 남자 기준)을 비교해 보니 1년 뒤 해지하면 납입보험료의 평균 49.5%, 5년 뒤에 해지하면 92%, 10년 뒤엔 101.2% 밖에 돌려받지 못하는 걸로 나타났다.
보험설계사가 직접 판매하는 상품의 경우 평균적으로 보험료의 11.61%를 사업비 명목으로 뗀다는 걸 알고 있는 소비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투자 상품으로서의 고비용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펀드와 비교할 때 비용 측면에서 상품경쟁력이 없다보니 불확실한 미래의 수익률과 여러 가지 부가적인 기능을 가지고 판매를 하는 게 현실이다.
또 다른 투자 상품으로서의 문제점은, 적절한 시점에서의 수익실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겪었던 투자에서의 가장 큰 위험은 장기간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무조건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한 상품에 꾸준하게 투자한다고 해서 수익이 날 것이라 예상했던 것의 실제 결과는 앞서 말한 변액연금보험처럼 반대로 나타났다. 오랜 시간 투자를 하더라도 일정 시점에 투자하기 전의 목표수익률에 도달했다면 수익을 실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보험회사에서는 수익이 발생하면 채권형펀드 등 변액보험내의 다른 펀드로 변경하면 된다고 얘기하기도 하나, 그럴 거면 애초에 변액보험이 아니라 주식형펀드에서 수익을 내고 채권형펀드로 변경하면 되지 굳이 사업비가 높은 변액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있을까?
변액보험은 7년 동안 사업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수익실현에 있어서 한계가 분명한 상품이다. 물론 변액보험이 다른 펀드보다 탁월한 수익이 난다면 사업비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결국 변액보험의 펀드 운용도 자산운용사에서 담당하는 하나의 펀드일 뿐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다른 유형펀드와 비슷하게 운용될 수밖에 없다.
변액연금 등 변액보험을 가입했다면 지금이라도 가입한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 해약환급금을 확인한 후 투자 결과를 검증해 보고 해지할지를 판단해야 하며, 변액보험 가입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변액보험과 다른 투자 상품을 꼼꼼히 비교한 후 변액보험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희망가정경제연구소 조진환 대표 연락처 010-5711-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