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성환읍 체육회원 4명의 납치 사건이 한국인 여행가이드와 현지 경찰의 공모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필리핀 현지 경찰관 10명과 한국인 여행가이드 등이 공모해 여행 중인 천안성환읍 체육회원 12명 중 일행 4명을 총기로 위협 한 후 납치해 석방의 대가로 모두 2400만원을 송금 받은 여행가이드 최모씨(33)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모씨는 지난 14일 오전 10시경 쇼핑을 유도하며 피해자 남모씨(56), 도모씨(51), 이모씨(58), 김모씨(45)와 함께 호텔을 나섰다. 이들이 숙소에서 나와 이동 중 갑자기 사복을 입은 필리핀 경찰 5명이 권총으로 위협,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체포 한다며 대기하고 있던 9인승 밴에 강제로 태워 납치했다.
납치범들은 경찰서 옆 컨테이너박스에 피해자들을 감금 한 뒤, 수갑을 채운 채 골방에 가두고 전화사용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후 감금된 피해자들에게 한국인 50대 남자 ‘TOM’이라는 사람이 통역을 자처하며 접근, ‘마리화나 소지로 붙잡히면 수년을 감옥에서 살게 된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 남자는 피해자들 중 1명과 함께 나머지 일행들이 기다리는 호텔로 돌아와 피해자들을 풀려나게 하려면 3000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각자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해 각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을 송금 했고 납치?감금 7시간만인 오후 5시경 풀려났다.
‘마약소지 혐의 씌우겠다’ 협박
평소 친분 관계가 있던 성환체육회 회원 12명은 2월11일부터 14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필리핀 마닐라로 여행을 떠났다.
과거 여행 경험이 있던 이들은 여행 경비를 아끼려고 여행업체 여행상품 대신 프리랜서 가이드 최모씨를 섭외했다.
최모씨가 회원들에게 귀국 직전 출국 시간이 두시간 가량 남았으니 쇼핑을 할 사람은 말하라고 해 회원 12 명 중 4명이 따라 나섰고 호텔을 나선지 3분여 만에 무장한 일당에게 납치당했다.
피해자들을 감금한 납치범들은 마약소지 혐의를 씌우겠다고 협박, 몸값을 올린 것으로 경찰조사 드러났다.
필리핀 주한대사관에 따르면 현지 경찰서 ‘AFALLA’ 경찰서장은 사건에 관련된 필리핀 현지경찰 10명을 납치강도 혐의로 마닐라 경찰국에 수사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지난 16일 가이드 최모씨가 한국에 입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조사를 이유로 유인, 납치공모 사실을 시인해 긴급체포했다.
충남경찰청은 필리핀 현지에 있는 공범 ‘TOM'의 인적사항을 특정한 후, 인터폴 수배 등 국제공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