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사
우리 주변에 재무설계사라는 사람들이 있다. 재무상담사라는 사람들도 있다. 금융전문가 또한 넘쳐난다. 파이낸셜플래너 파이낸셜어드바이저 기타 외래어 또한 범람한다.
언제부터인지 개인의 자산관리나 재무상담을 해준다는 사람이 주변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경제는 문외한이더라도 가정경제는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인양 행동한다. 꼭 개인의 재무상황을 설계해야 하는 건지 설계한다면 좀 더 나아지는 건지 묻고 싶다.
스스로 금융지식을 제대로 배워서 자신의 돈과 관련된 상황을 이해하고 지출을 적절히 통제하며 약간의 간접투자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중산층 서민들이, 왜 자신의 재무상황을 재무설계사라는 사람들에게 분석 받아야 하고 은퇴 또는 자녀의 교육자금을 설계해야만 하는가?
차라리 금융상품 또는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재무설계나 재무상담을 활용하는 거라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하지 않을까?
반면, 과거에 흔하던 보험모집인은 없고 주식중개인도 없다. 물론 금융상품판매인도 없다. 금융 관련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왜 판매한다는 것에 대해 떳떳하게 밝히지 않을까?
“나는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다. 나는 끊임없이 주식을 중개 해야만 한다. 나는 펀드나 ELS 등 금융상품을 판매해야만 수입이 발생하는 사람이다”
제조회사에 다니는 영업사원은 자신을 유통영업사원이라고 하며, 자동차영업을 하거나 제약회사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 또한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업에 관한 용어를 들으면 헷갈린다. ‘이 사람이 나의 돈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재무상담을 받으면 좀 더 나의 재무적인 문제가 나아질 것이다’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재무설계사는 금융상품 특히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나 도구로서 재무설계 또는 재무상담을 활용하고 있다. 재무설계든 재무상담이든 전문적인 금융지식을, 평범한 일상적인 용어로 풀어내지 못하는 대부분의 금융업 종사자들은 그 사람의 소속이 증권사든 은행이든 보험사든 끊임없이 상품을 판매하고 그 수수료가 수입의 전부이다.
특히 보험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재무설계사는 보험설계사라는 말을 교묘하게 바꿔놓은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며칠 전 지인인 29세 남자후배가, 돈이 필요해서 보험을 해약하려고 하니 납입한 금액 100만원의 5%인 5만원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자신과 재무상담한 재무설계사에게 들었다고 황당해하며 나에게 상담했다.
그럼, 저축성보험이 단 시간에 해약하게 되면 그 정도의 해약환급금만 받는다는 것에 대해 알지 못했냐고 물으니,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자신은 10년간 꾸준히 납입하면 연 5%의 수익률로 계속해서 복리투자 된다는 말만 들었다고 얘기한다.
물론 자신에게 그 보험을 판매한 사람은, 친구의 소개로 만난 재무설계사라고 한다. 명함을 보니 OO생명에 소속된 보험모집인이다.
보험이 은행의 적금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사업비 부분과 최초 납입 후 7년 이내에 해약하면 해약환급금이 원금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사회초년생인 고객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불투명한 수익률만 떠들며 보험을 가입시킨 재무설계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재무상담을 했단 말일까?
20~30대는 장기간 저축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들로 급하게 목돈이 필요할 수 있다. 중요한건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 일이 많다는 것인데, 그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은 저축성보험을 가입시킨 사람이 과연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개인의 재무전문가가 아니라 보험상품판매전문가일 뿐이다. 고객의 상황은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과 실적에 눈 먼 보험상품 판매전문가!
100세 만기 보험이 나와서 기존에 있던 보험상품보다 훨씬 더 좋을 것처럼 떠들지만 결국은 새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에 불과하며, 새로운 펀드가 나와서 마치 고수익을 보장할 것처럼 얘기 하지만 아무도 가입하지 않은 자투리펀드가 되기 일쑤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이 나와서 마치 가입하면 아파트 분양을 받아서 대박을 칠 것 같지만 은행의 배만 불려준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재테크를 하는 게 아니라, 재테크를 해야만 행복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 주범은 금융권이다. 노후의 공포에 관해 끊임없이 겁을 주는 곳 또한 금융권이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융권에서 연금을 가입시키기 위해 노후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마케팅과 그 첨병에서 마치 보험을 판매하지 않는 것처럼 이름 붙여진 재무설계사들의 본질을 깨달아야 한다.
그다지 많지 않은 지식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한 돈 관리를 할 수 있으며,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남기지 않아도 지출을 통제하고 살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것을 방해하는 핵심이 금융권의 상품판매전문가라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멀리 하면 재테크의 반은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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