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 도시개발과 관련 금품을 받은 공직자들이 유죄가 인정,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합의부(재판장 최성진)는 지난 달 31일 오전 열린 1심 판결에서 천안시 간부공무원 최모씨(52)와 천안동남경찰서 간부 공무원 홍모씨(56)에게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최씨에게 4억8000만원을, 홍씨는 6300만원의 추징금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경찰간부 홍모씨에 대해 “피고인이 공무원범죄 수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지능범죄수사팀장으로서 공무원의 비리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오히려 비리 공무원으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공무원의 인사와 관련해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등 자신의 임무를 져버린 점, 받은 돈의 합계가 6300만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인 점, 그럼에도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모두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시청 고위공무원 최씨에 대에서는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전과도 없기 때문에 형을 감경했다”고 밝혔다.

뇌물수수·공여 고리 악순환

이번 사건은 천안시 하수관거BTL사업과 관련, 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업체의 뇌물 공여와 이를 받은 천안시 고위직 공무원이 비리를 묵인해 달라는 대가 및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경찰공무원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등 ‘관경유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씨는 지난 2005년 3월경 천안시 수도사업소가 발주한 천안 하수처리장 3단계 증설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공법을 선정해 달라는 명목으로 황모씨로부터 현금 5000만원을 교부받았다. 최씨는 5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것을 비롯해 2008년 3월경까지 모두 7회에 걸쳐 4억8000만원을 받았다.
최씨는 이렇게 받은 뇌물 중 3000만원을 경찰간부 홍모씨에게 전달했다. 최씨는 홍모씨에게 “포스코로부터 돈을 받았다. 그 돈 중에서 드리는 것이니 잘 쓰시라”는 말을 하는 등 최씨와 포스코건설 사이의 공사수주와 관련된 비리를 묵인해 달라는 명목이었다.
또한 최씨는 천안경찰서 수사과 지능팀 사무실에서 홍씨에게 수도사업소 관련 사건을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만원을 공여했다.
경찰간부 홍씨는 지난 2006년 7월 A업체 황모씨로부터 “천안시가 발주한 ‘하수처리장 3단계 증설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사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성무용 천안시장에게 잘 말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같은 날 황씨로부터 현금 2000만 원이 들어있는 음료수 박스를 받았다.
홍씨는 또한 2007년 4~5월경 업성동에 있는 천안경찰서 주차장에서, 차량 트렁크 안에 현금 3000만원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넣을 수 있도록 해 최씨와 포스코건설 사이의 공사수주와 관련된 비리를 묵인하는 등의 대가로 3000만원을 받았다.
이어 홍씨는 2007년 9월말경 최씨로부터 ‘내가 좌천되지 않을 수 있도록 성무용 천안시장에게 잘 말해 달라’는 취지로 현금 1000만원을 교부받았다.

공무원 단골집은 ‘법원’
 
같은 날 공무원 뇌물수수와 관련 또 다른 재판이 있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부장판사 최성진)는 아파트 시행사업 인허가와 관련 천안시청 공무원 이모씨(60)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5000만원, 공무원 백모씨(38)에게 징역 1년 및 벌금 3800만원, 추징금 1900만원을 선고했다.
이모씨는 “입주예정자들의 민원공세로 한양건설에서 시행하는 청수동 한양 수자인 아파트의 사용승인이 늦추어지고 있으니 입주예정일 2011년 1월 말경까지 위 아파트의 사용승인이 나도록 힘을 써 달라”며 C건축사 대표 심모씨로부터 3회에 걸쳐 모두 5000만원을 받았다.
백모씨는 2010년 10월경 심모씨에게 “요즘 사정이 어려우니 김모씨 명의 국민은행 계좌로 돈을 보내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전송, 1000만 원을 송금 받는 등 2011년 5월까지 모두 1900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모씨)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증인 증언이 믿을 만하며 나이가 많고 퇴직 직전인 점을 감안해 감경했고, 백모 피고인의 경우 업자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빌린 돈이라기보다 뇌물로 간주된다”고 판시했다.
이밖에도 천안 종합휴양지 공사현장의 진입로를 불법으로 개설해 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사건과 청당동 도시개발 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공무원 비위가 재판 중에 있는 등 법원이 단골집인양 드나드는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때 마다 등장하는 청렴종합대책

일련의 공무원 비위사건은 천안시가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상승하고 있고 내부청렴도 평가에서는 충남도내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는 결과를 무색케 하고 있다.
천안시는 지난 7월 ‘비리Zero 청렴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청렴종합대책을 발표한지 불과 5개월만이다.
직접 진화에 나선 성무용 시장은 “최근 일부 공직자의 잘못된 관행으로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공직자에 대한 시민신뢰가 실추돼 시민의 사랑과 믿음을 회복하기 위한 공직기강 확립 종합대책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천안시는 ‘비리 Zero 천안’ 건설을 위해 효율 지향적 지도감사에 중점을 둔 사전 예방감사 효과증대를 위해 자체감사 역량을 강화하고, 2012년에는 고위 공직자 청렴도 평가를 별도 평가기관에 용역 의뢰하여 인사·성과관리에 활용키로 했다. 때 마다 등장하는 청렴종합대책이 과연 이번에는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