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일 아닙니까. 이럴 때 서로 도와야지요.”
지난 12월29일 풍세면 풍서리의 한 오리농장이 고병원성 AI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있은 후 태성기계(주)(마정산업단지) 김종화 대표(53)는 급히 현장에 ‘이동식폐사가축처리기’를 설치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방역당국은 AI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 가축을 살처분 한 후 매몰시켜 왔지만 ‘이동식폐사가축처리기’는 살처분 된 가축을 230~250도 열처리를 통해 톱밥과 섞어 퇴비로 쓸수 있어 매몰을 위한 부지확보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소각과 같은 다이옥신 배출, 소각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95%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 물론 고열처리로 확실한 멸균 상태이며 특히 토양 및 지하수, 하천 등 2차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천안시는 이 농장 인근에 풍서천이 흐르고 있어 하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김종화 대표에게 오염 오리를 열처리 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김 대표는 흔쾌히 제작이 막 끝난 새 기계를 아무조건 없이 현장에 투입했다.
“갑작스런 요청이라 준비가 되지 않아 제작된 기계 2대를 설치했습니다. 여유 기계가 있었다면 하루에 끝날 열처리를 이틀 동안 AI 감염과 역학 관계에 있는 오리․닭 2만2000수를 열처리로 퇴비화 했죠.”
김종화 대표는 10년 전 우연한 일로 폐사가축처리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음식물 자연 부산물로 사료를 만드는 기계를 특허 출원해 농장에 보급하던 중 병에 걸리지 않아도 하루 폐사하는 가축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폐사가축처리기를 구상하게 됐다.
김 대표는 이 기계를 통해 폐가축을 사료 또는 퇴비를 만들 수 있게 했고 연구를 통해 발전시켜왔다.
지난해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성능이 향상된 폐사가축처리기를 개발하고 지난 9월 축산과학원에서 시연회를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현재 400여대의 이동식폐사가축처리기를 전국에 공급된 상황.
“가장 어려웠을 시기가 IMF였습니다. 일 자체가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직원 월급을 줄 수 없을 때 죽음까지 생각했습니다. 이번 지역에 발생한 AI․구제역으로 피해를 본 농가가 어려움을 잘 극복했으면 합니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