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차인표는 ‘아이언 팜’에서 귀공자 이미지를 벗고 한 여자에게 목숨거는 ‘무대뽀 진지남’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이보다 더 망가질 순 없다!-
아무리 망가진 역을 맡아도 반듯한 본연의 이미지를 결코 무너뜨릴 수 없었던 ‘젠틀맨’ 차인표가 드디어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차인표는 19일 개봉한 코믹영화 ‘아이언 팜’(감독 육상효, 제작 시네와이즈·마이필름)에서 사랑 찾아 밥통 하나 짊어지고 태평양을 건넌 무대뽀 진지남으로 분해 ‘변신에 목말라한’ 관객들의 갈증을 충분히 풀어주고도 남을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아무도 예상 못한 변신임에도 시나리오를 직접 쓴 육상효 감독은 “처음부터 차인표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그렸다”고 할 만큼 그의 코미디언적 자질을 인정하고 나섰다.
극중 ‘최경달’이라는 한국이름을 버리고 ‘아이언 팜’이란 엉뚱한 이름으로 미국 땅을 밟은 차인표는 5년 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첫사랑 ‘지니’(김윤진 분)를 찾아 LA 코리아타운을 이 잡듯 뒤지고 다닌다.
사랑의 아픔과 그리움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통에 손을 담그는 신종 ‘철사장’ 수련으로 단련하며 달래 왔지만 겨우 찾은 그녀에게 잘 나가는 애인이 있을 줄이야. 이 시대의 마지막 순정파 아이언 팜은 의지의 한국인답게 굽힐 줄 모르는 지극정성으로 그녀를 되찾기 위한 처절한 쟁탈전을 펼쳐간다.
차인표는 “황당하지만 그 순수한 진지함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녀석”이라며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특히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러브스토리의 주인공답게 “첫사랑(신애라를 지칭)의 추억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말해 변함없는 부부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반도 정세를 왜곡한다는 이유로 할리우드의 ‘007 시리즈’ 출연 제의를 거부할 만큼 소신 있는 연기관을 펼쳐 온 차인표는 사실 안방극장에서 쌓아올린 명성에 비해 영화운은 그다지 따라주지 않은 편이다. 데뷔작인 ‘짱’과 ‘닥터 K’ 모두 흥행참패를 맛본 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도전한 작품이라 스스로도 “영화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이번엔 잘됐음 좋겠다”며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첫 시사회를 마치고 “웃음이 터질 거라 생각했던 부분보다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 웃음이 나오는 걸 보니 앞으로 연기는 더 배워야 할 것 같다”며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뉴저지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엘리트 출신으로 96년 TV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통해 스타덤에 올라선 차인표는 관객들로부터 “배우로서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전폭적인 신뢰 속에 현재 다각적인 해외 진출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