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흥행돌풍과 ‘한류 열풍’으로 위상을 한껏 높였던 한국 연예가. 하지만 연예인들의 잇단 마약 파문으로 정작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선 그다지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대중의 영웅으로 등장한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숱한 화제를 낳으며 한해를 숨가쁘게 이어갔고, 불미스런 각종 사건 사고도 잇따라 터져나와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1년 연예가를 되돌아보았다.
★ 해체…컴백…은퇴
지난 96년 데뷔한 이래 5년 동안 국내 가요계 정상을 지켜온 10대들의 우상 H.O.T가 지난 5월 공식해체를 선언하고 두 팀으로 나누어졌다. 이들 중 강타와 문희준은 소속사인 SM기획과 재계약을 맺은 후 각자 솔로앨범을 발표했으며,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은 예전미디어로 이적한 후 ‘JTL’이라는 새로운 그룹을 결성해 가요계에 복귀했다.
H.O.T와 함께 국내 가요계를 양분하던 god도 팀의 리더 박준형이 연인 한고은과의 연애행각으로 일탈을 거듭하자 소속사에서 퇴출령을 내렸는데, 이후 팬들의 거센 항의 끝에 다시 복귀하는 소동을 겪은 바 있다.
99년 ‘O양 비디오’ 사건으로 사회적 파문 속에 활동을 중단한 탤런트 오현경은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공식적인 컴백을 선언했다. 오현경은 강제규필름의 신작 ‘블루’에 캐스팅되면서 2년8개월 만에 연기활동을 재개할 뜻을 밝혔는데, 성형수술로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외모와 자신감을 되찾은 듯 당당한 태도로 일관해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최고의 여배우로 군림해 오던 심은하가 결혼과 관련된 잇단 스캔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연예계 ‘완전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심은하는 지난 11월 한 월간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은퇴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지난 99년부터 벨코리아 정호영 회장과 열애-결혼-결별의 과정을 거치면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영화 ‘대박’ 시대
전반적인 사회 불황 속에서도 한국 영화계만큼은 올 한해 풍성한 수확을 거둬들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례없는 한국영화 중흥기에 관객 점유율만 해도 50%대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영화 흥행의 물꼬를 튼 작품은 유오성 장동건 주연의 ‘친구’. ‘조폭 영화’ 붐을 일으킨 이 영화는 전국관객 8백20만명을 동원하며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세웠고, ‘조폭마누라’(5백25만), ‘엽기적인 그녀’(4백88만), ‘신라의 달밤‘(4백42만), ‘달마야 놀자’(3백50만) 등 한국영화 5편이 올 한해 흥행 랭킹 5위까지 휩쓰는 일대 반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현재 개봉 중인 ‘화산고’와 ‘두사부일체’까지 흥행 행진에 가세한 상태.
한편 이 같은 한국영화 ‘대박 현상’은 영화간의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겨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등 작품성 있는 저예산 영화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 동아시아 강타한 ‘한류 열풍’
80년대 후반, 홍콩영화에 열광한 국내 팬들 사이에서 홍콩스타 신드롬이 휘몰아친 때가 있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이제 위치를 바꾸어 국내 톱스타들이 중국 홍콩 베트남 등 동아시아 지역을 강타하며 ‘한류 열풍’을 주도해 가고 있다. 특히 2001년은 방송 가요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 전반적으로 한류 열풍의 절정을 이루었다.
‘가을동화’의 송승헌 송혜교는 ‘송송 커플’로 불리며 홍콩 최고의 스타로 올라섰고, ‘별은 내가슴에’의 안재욱, ‘해바라기’의 김희선 등은 중국 내 외국스타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장동건과 김남주는 베트남의 ‘국민 배우’로 국빈급 대우를 받은 지 오래.
가수로는 댄스그룹 ‘NRG’와 ‘베이비복스’ 등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한류 열풍을 주도했고, 한국영화의 해외수출 붐에 맞춰 이영애 한석규 송강호 등이 홍콩 내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 ‘고개 숙인’ 스타, 불미스런 사건 사고
상반기 연예가를 강타한 불미스런 사건으로는 개그우먼 이영자의 다이어트 파문을 들 수 있다. 지난 3월 방송중단 10개월 만에 복귀한 이영자는 20㎏을 감량한 날씬한 모습으로 등장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의 감량법이 지방흡입수술임을 시술을 맡은 성형외과 의사가 폭로, 다이어트 비디오 출시에 대한 비도덕적 상술과 사업적 이해관계에 얽힌 양측간의 맞고소 사태로 번지면서 결국 활동 중단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또한 지난 9월에는 인기 탤런트 이태란이 성관계를 미끼로 상습적으로 협박해온 매니저 안아무개를 협박 및 사기죄로 고소해 충격을 주었다. 한동안 이태란의 섹스비디오 존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으나 비디오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이태란은 방송활동을 등지고 안아무개에 대한 화해 제스처를 취한 가운데 공판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연예인들의 잇단 마약관련 사고. 지난 11월 단아한 ‘예진아씨’ 황수정이 내연의 남자인 강아무개와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전국민을 경악시켰다. ‘모르고 먹었다’는 황수정과 ‘상습적이다’는 검사측의 팽팽한 법정공방과 무관하게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이미지는 회복불능 상태, 연예인들의 도덕불감증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밖에 연예인 마약 사고는 2집 발매를 앞둔 가수 싸이와 재기에 성공한 가수 심신, 스크린 데뷔를 앞둔 탤런트 정찬이 대마초 흡입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면서 연예계 전체를 ‘마약 비상’ 사태로 몰아가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여대생 성폭행 혐의로 법정선고를 받은 후 ‘강간이냐 화간이냐’를 두고 1년여 동안 법정다툼을 벌여 온 주병진은 최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불명예스런 누명에서 벗어났다.
★ 연예인 인터넷 ‘누드갤러리’ 오픈 러시
지난해 인터넷상에 등장한 시트콤 ‘세친구’의 출연배우 정양의 누드갤러리가 확실한 수익을 거두면서 대박을 터트리자 올해도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들의 누드 갤러리가 잇달아 등장, 네티즌들의 클릭 열기를 부추겼다.
우선 ‘누드’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선 정양은 얼굴 성형까지 단행하며 지난 7월 두번째 누드갤러리를 오픈, ‘가수 데뷔’를 위한 화끈한 신고식을 가졌으며, 정양에 이어 에로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정세희도 가슴성형 후 이탈리아에서 촬영한 누드갤러리를 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이별없는 아침’에 출연한 탤런트 김성주와, 홍콩의 섹시스타 종려시가 잇달아 누드 사이트를 오픈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