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굴 들고 다니게 됐습니다.”
여대생 강간치상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개그맨 겸 사업가 주병진(42)이 11월28일 서울 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구욱서)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오전 10시 법정에 출두한 주병진은 심정을 묻는 취재진에게 “잠을 한숨도 못 잤다”며 여전히 긴장된 얼굴로 질문을 피해 갔다. 재판은 32분 만에 주병진의 무죄 선고로 마무리가 됐는데, 재판부는 선고문에서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강아무개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자가 주장한 성폭행 당시의 상처에 대해 “강간으로 생긴 상처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조영남 전유성 이성미 이경실 등 매번 공판 때마다 자리를 지켜준 동료 연예인들은 환호를 지르며 축하했는데, 감격에 겨운 나머지 주병진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곧이어 법원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주병진은 “일년간 가슴이 까맣게 타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는 말로 그간의 맘고생을 토로했다. 하지만 강아무개에 대한 위증죄 고소여부에 대해서는 “1심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대응할 생각이 없다. 그들을 탓하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다”며 자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부끄러운 일로 물의를 일으켜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면서 “그동안 느낀 게 많다. 앞으로는 더욱 성실하게 열심히 살겠다”고 반성했다.
실제로도 재판부는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인기연예인으로 시청자,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분이니 공공장소에서 성행위와 같은 어긋난 행동을 삼가고 앞으로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 바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기자회견을 마친 주병진은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법원을 나섰는데, “이제는 모자 안 써도 되고, 아무 데나 가도 된다”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결심 공판으로 주병진 사건이 완전 종결된 것은 아니다. 검찰이 이를 상고할 경우 대법원까지 법정 공방이 이어지며, 피해자 강아무개 역시 “억울하다”며 변호사를 선임, 상고와 함께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결정적으로 증언번복을 한 이아무개(여)와 최아무개(남)를 위증혐의로 고소할 뜻을 밝혀 또다른 파문을 야기하고 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19일 오전 2시30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하얏트호텔에서 당시 여대생이라고 자신을 밝힌(나중 주병진은 여대생이 아니었다고 주장함) 강아무개와 술자리를 함께 한 주병진이 주차장에 세워 둔 자신의 벤츠 승용차 안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비롯됐다.
주병진은 지난 3월22일 열린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이에 불복하고 곧바로 항소를 했다. 성관계를 가진 것과 경미한 의견 충돌로 얼굴을 때린 것은 인정하지만 성폭행에 대해서는 끝까지 부인한 것. 주병진은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이아무개와 최아무개로부터 “강양이 상처를 조작한 것”이라는 결정적 진술을 받아내 결국 원심을 뒤집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