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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노장 붓을 잡은 이유?

등록일 2001년10월2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임권택 감독의 신작 ‘취화선’의 대규모 야외세트장이 양수리 종합촬영소 내 오픈세트에 완공되어 공개되었다. 조선말기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취화선’(감독 임권택, 제작 태흥영화사)의 대규모 야외세트장이 문을 열었다. 지난 10일 낮 12시, 양수리 종합촬영소 내 ‘취화선’ 오픈세트장에서 열린 완공기념식에는 오전부터 쏟아진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영화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취화선’은 지난해 ‘춘향뎐’으로 칸영화제 붉은 주단을 밟았던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이 내년 출품을 한번 더 노리고 의기투합한 작품. 도올 김용옥이 임 감독과 함께 각본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 ‘장승업’에는 연기파 배우 최민식이 캐스팅됐으며, 국민배우 안성기,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스크린에 출연한 유호정과 올해 최고의 ‘신데렐라’ 손예진 등이 출연한다. 무엇보다 MBC미술센터(미술감독 주병도)가 지난 6월 공사에 착수, 4개월 만에 완공한 2천5백여평의 대규모 야외세트장은 야외민속촌을 방불케 하는 그 방대한 규모에 감탄이 절로 나게 만든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조선말기 서울 종로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야외세트는 종로대로변과 양반의 행차를 피하기 위한 뒷골목 ‘피맛길’이 큰 줄기를 이룬다. 여기에 한식기와 26동, 한식초가 35동으로 이뤄진 총 61채의 세트에는 양반촌과 중인촌, 기생촌을 비롯해 약방 필방 육어물전 죽물전 등 다양한 상점들이 실제 물품 그대로 세팅되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분위기에 맞출 소나무는 전라도 해남에서 공수했고, 돌담길 제작을 위해서는 전라도 토말의 수몰 예정지에서 흙돌담 자체를 그대로 걷어오는 등 돌 하나, 흙 한줌도 시대재현을 위해 세심하게 공사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취화선’ 야외세트장 제작에는 약 5천여명에 이르는 인원이 참여했으며, 총제작비 60억원 중 22억원이 투입됐고 영화진흥위원회가 건립금액 중 6억6천만원을 현물 지원했다. 특히 영화 촬영을 마친 후에는 양수리 종합촬영소 내에 영구 보존되어 일반인들에게 개방될 예정이어서 관광명소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취화선’은 지난 7월16일 크랭크인하여 현재 40% 가량 촬영이 진행됐으며, 내년 2월까지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거친 후 4월께 개봉할 예정이다. -미니인터뷰/최민식 “장승업역 영광입니다” “이제부터 고생길이죠.” 제법 쌀쌀해진 날씨가 은근히 신경 쓰이는 듯 엄살을 피우던 최민식은 “그래도 추워질수록 촬영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촬영장에서 최민식을 보면 실제 장승업의 모습도 이렇지 않았을까 어림짐작하게 만든다. 틀어 올린 머리며, 약간 살이 찐 듯한 건장한 체구, 번뜩이는 눈빛이 천재화가 장승업의 범상치 않은 모습 그대로를 재현한 듯하다. 최민식은 장승업에 대해 “면역성 없는 아기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주변에 술과 여자가 끊이지 않고 기행을 일삼기는 했지만 환경에 길들여지지 않았기에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 최민식은 이번 작품에서 ‘여복’의 절정을 누릴 예정인데, 극중 정신적 지주인 기생 ‘매향’(유호정)과, 동거녀 ‘진홍’(김여진), 첫사랑 소녀 ‘소운’(손예진) 등 세명의 여인과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엮어가게 된다. 대선배인 안성기로부터 “‘끼’와 ‘기’로 똘똘 뭉쳐진 한국 최고의 배우”라는 칭찬을 듣고 입이 함지박만해진 최민식은 “훌륭한 세트장에서 걸출한 작품 한편이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의욕을 다졌다. -미니인터뷰/손예진 ‘장승업의 첫여인’ “가슴 떨려요” 지난 10월9일 MBC TV 월화드라마 ‘선희 진희’의 마지막회를 끝내고 다음날 ‘취화선’ 야외세트장 완공식에 참석한 손예진은 이제사 드라마 종영이 실감난 듯 “앞으로 영화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손예진은 ‘취화선’에서 장승업의 첫사랑 상대인 ‘소운’ 역으로 출연한다. “가녀리고 병약한 소녀예요. 겉으로는 웃지만 안으로 슬픔이 내재되어 있지요.” ‘소운’은 결국 장승업이 선물한 ‘학’ 그림을 품에 안고 저 세상으로 떠나는 비련의 여인이 된다. 손예진은 극중 후반부에서 ‘소운’을 빼닮은 기생으로 출연, 1인2역의 연기도 선보일 예정. 올 초 MBC 미니시리즈 ‘맛있는 청혼’으로 깜짝 데뷔한 후 청순하고 참신한 이미지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손예진은 일찌감치 충무로에서도 ‘차세대 주역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 감독님 작품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마음을 비우고 현장에서 하나씩 배워 나가야죠.” 스크린 새내기 손예진의 활약이 기대된다.
주간현대/정부경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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