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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나한테 맡겨요, 맡겨!”

등록일 2001년10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쌓이는 설거지 보람이죠.” 전국체전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싶어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 이옥순(쌍용동)씨는 이날 설거지 자원봉사담당이었다. 본래 배정받은 역할은 음료수 나눠주기였다. 물론 음료수는 일회용 컵으로 나눠주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바로 체전 전날 일회용을 사용하면 쓰레기 배출량이 많고 환경에도 안 좋다며 일회용 쓰지 말자는 건의가 있어 긴급하게 다른 컵을 가져왔다. 환경도 좋지만 문제는 이날 설거지 담당을 정하지 않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씨가 설거지를 맡았다. 이날 김대중 대통령이 오는 관계로 체전 화장실조차 맘대로 사용하지 못해 신분확실한(?) 이옥순씨 혼자 단독으로 체전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설거지를 독차지해야만 했다. “아휴~ 힘들죠. 한 백개를 닦고 나서 가면 또 백개가 쌓여 있으니. 그런데 기분은 왠지 그냥 좋아요” 라며 설거지 하다말고 한 번 웃어 보인다. 이날은 비까지 와서 추운 사람들이 따뜻한 음료를 많이 찾아 설거지할 그릇들은 산처럼 쌓여만 갔다. 이옥순씨는 쌍용동 이화아파트 부녀회장. 쌍용동에서 입담 꽤나 있다는 부녀회장님께서 설거지할 컵에 허리까지 굽신거리며 연신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방울을 계속 튀겼다. “그래도 너무 고마운 거 있죠.” 화장실 들락거리는 여학생들이 손 닦다 말고 슬그머니 이씨의 설거지를 도와주었던 것. “참, 봉사라는 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와가면서 따뜻한 인간의 정을 확인하는 일 같다”라며 물 묻은 손으로 얼굴을 한번 훔쳐낸다. 체전 개막식이 끝날 때까지 이씨가 닦아낸 컵이 도무지 몇 개인지 셀 수는 없지만 이씨는 “닦은 컵 개수만큼 많은 사람들이 천안에 좋은 인상을 받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본다.
특별취재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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