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공연계를 강타한 각종 ‘7080 콘서트’가 하반기에도 중년층의 발길을 끌어모으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요계 화제 -그 시절 추억의 가요·왕년의 스타 ‘중년층 향수 자극’
‘7080’을 타이틀로 내세운 추억의 콘서트가 공연계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댄스와 발라드, 힙합 등 신세대 취향의 가요가 극심한 불황에 휘말려 공연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1970∼8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던 그룹사운드 히트곡과 대학가요제 수상곡으로 구성된 각종 ‘7080 콘서트’는 평소 공연장 출입이 뜸하던 중년층을 속속 불러모으며 연일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는 한국 포크음악을 대표하는 포크 가수들이 총출동, 신명나는 ‘축제’ 한마당을 펼쳤다. 이 가운데 40∼50대 중년층의 발길이 대거 몰린 첫날 공연에서 한국 포크음악의 시조 한대수를 비롯해 정태춘·박은옥·해바라기·시인과촌장·임지훈 등 추억의 가수들이 출연해 전성기 못지 않은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이며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다.
‘7080 콘서트’는 지난 1월 KBS 1TV ‘열린음악회’ 설특집으로 방영된 ‘7080-추억의 그룹사운드’ 편이 중년층의 폭발적인 호응과 인기를 모으면서 공연계로 불붙기 시작했다. 처음엔 7080 그룹사운드 위주로 공연되다가 차츰 범위를 넓혀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등의 수상자들이 합류했고, 공연장도 소극장에서 상암 월드컵경기장 등 대규모 야외공연장으로 확대됐다.
진행자 역시 그 시절을 대표하는 임백천, 송승환, 왕영은, 유 열 등 ‘명MC’들이 나와 당시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전해준다. 7080 콘서트의 단골 출연자 가운데는 김창완, 김수철, 전인권, 해바라기, 박강성 등 현재도 활발히 활동중인 가수들이 있지만, 1회 대학가요제 수상자였던 ‘가시리’의 이명우를 비롯해 조정희, 도시의 그림자, 작품하나, 휘버스, 장남들, 이명훈 등 오랫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왕년의 스타’들의 반가운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꾸미지 않은 창법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랫말 등 순수했던 그 시절 노래와 이야기가 공감대를 이루면서 중년층의 향수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이명훈·박강성 등은 7080 콘서트가 히트하면서 덩달아 바빠지는가 하면 그 시절 못지 않게 ‘아줌마 부대’를 몰고다니며 절정의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7080 콘서트장의 특징은 단체 관람객이 많다는 것. 공연장을 찾은 40∼50대 중년층 가운데는 동창회를 콘서트와 연계해 색다른 이벤트로 즐기기도 하고, 주부들의 경우 계모임이나 동네 친목모임으로 공연장을 찾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관객들이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은 물론 흥에 겨워 막춤을 추는 모습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암경기장 등 대규모 야외공연장의 경우 간혹 객석 뒤쪽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판(?)을 벌이며 공연을 관람하는 등 관객들의 ‘음주가무’ 해프닝이 다채로운 것도 7080 콘서트만의 특징이다.
지난 10일(금)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추억의 낭만 콘서트’는 송창식·윤형주의 ‘트윈폴리오’, ‘어린 시절’의 이용복, ‘밤배’의 둘다섯, ‘목화밭’의 하사와 병장 등 추억의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 때문에 중년층의 예매는 물론, 자녀들이 ‘효도’차 마련한 ‘티켓 선물’도 늘었다. 특히 ‘추억의 낭만콘서트’ 이벤트 게시판에는 “20대로 다시 돌아가 젊음을 만끽하고 싶다” “이십 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와 함께 하고 싶네요. 추억 속으로…” “요즘 많이 지쳐 보이시는 저의 부모님께 따뜻한 콘서트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때까지 영화 한 번도 함께 보신 적 없고 항상 일만 하시던 부모님께 낭만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등 눈시울이 시큰해질 만한 참가 사연이 줄을 이었다.
한 공연관계자는 “20대의 젊음이 주던 낭만을 가슴에 묻고 자신을 위한 소비와 감정은 철저하리만큼 옹색했던 40∼50세대들이 추억의 콘서트를 계기로 잊고 있던 ‘문화’의 주체가 되어 가슴속의 열정을 분출하는 것 같다”고 최근의 콘서트 열풍을 해석했다.